<코타로는 1인 가구>라는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넷플릭스에서였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쭉 보던 시기에 넷플릭스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받았습니다. 지브리 영화들을 좋아한다니, 이것도 추천해! 하고...ㅋㅋ


<코타로는 1인 가구>의 일본판, 영어판 포스터입니다.
영어로는 <Kotaro Lives Alone>. 해석하면 '코타로는 혼자 살아요'
'누가봐도 유치원생 정도 되어보이는 이 아이가 어째서 혼자 살게 된 걸까?'라는 재미와 호기심으로 처음 접근했다가
암울하고 어두운 일본 사회의 단면들을 만나게 되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면서 동시에, 그런 현실 속에서도 이 아이는 아이다움으로 밝게 빛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극중 어른들이 오히려 힐링받고 변화되는 모습은 담은 휴먼 드라마입니다.
이 시리즈를 아직 보지 못하셨다고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줄거리*
씻지도 않고 쓰레기로 가득한 방에서 엉망으로 살고 있는 '카리노 신'이라는 만화가의 옆집에 '코타로'가 이사 옵니다.
이상한 사극 말투를 쓰는 이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혼자 산다고 합니다.
이웃들은 '코타로'가 왜 혼자 사는지 모릅니다.
혼자 대중탕에 간다는 '코타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문득 뉴스에서 어린이 대상 범죄를 본 후로 걱정이 되어 같이 동행하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잘 씻지도 않던 '카리노'는 '코타로'와 함께 대중탕을 다니고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보호자의 역할을 자처해서 하기 시작하면서
생활력도 생기고 만화가로서도 다시금 마음을 다져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친근한 주변 이웃들과도 잘 지내는 '코타로'.
회차를 거듭하며 '코타로'가 왜 혼자 사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이 건물의 이웃들은 서로 가까워지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이웃간의 따뜻한 정
아동이 혼자 산다는 컨셉을 제외하고,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캐릭터들의 따뜻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 겉보기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 깊은 만화가 ‘카리노’, 어설프지만 코타로를 챙기려 애쓰는 이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숙한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은 '코타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애틋해서 그것에 가슴 찡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닐 정도.
'코타로'는 네 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함과 외로움이 공존합니다. 작은 손으로 칼을 쥐고 스스로를 지키려 하는 장면, 혼자서 유치원에 가고,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모습들은 어쩌면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의 슬픔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일본의 현재 사회 문제들, 우리의 미래??
이 애니메이션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감동 스토리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코타로'를 통해서는 아동 방임, 가정 폭력의 일면을 보게 되고, 옆집에 사는 '미즈키'를 통해서는 데이트 폭력, 호스티스 직업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 아랫집 '이사무'를 통해서는 이혼 가정, 건달, 개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닫힌 사회 문화,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외로움까지. 일본에서 뿌리가 너무 깊어 뽑지 못하고 있는 성산업과 가정 폭력, 아동 학대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젊은 여성에게 고수익을 안겨주는 성산업이 조금씩 더욱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코타로는 1인 가구>는 이런 뼈 때리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너무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지만 다 보고나면 너무 무겁지 않게, 적절한 유머와 따뜻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도록 균형 잡힌 구성와 극편의 완성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보다 기구한 5세 인생이 있을까?
'코타로는 1인 가구'는 10화로 완결되는 미니시리즈입니다. 첫 회차에는 왜 '코타로'가 혼자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여 10개의 회차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코타로'의 성장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타로'는 5세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력이 강하고 눈치가 좋고 인생의 지혜가 어른보다 대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포일러**
'코타로'의 아빠는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코타로'의 아빠가 가정 폭력으로 엄마와 이별한 후, 마지막에는 우울증이 있는 엄마가 '코타로'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우울증과 강박증으로 인해 엄마는 '코타로'를 만지기도 싫어하여 일회용 장갑을 끼고 아이를 만졌다고 합니다. 아이의 영양상태나 건강에도 관심이 없고 '코타로'의 질문에도 전혀 대답을 해주지 않고 휴대폰만 보는 등 방임을 일삼다가 결국 엄마는 얼마의 돈을 놓고 '혼자서도 잘 살아야해.'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갑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코타로'는 같은 아파트의 이웃집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친절한 형을 만나 옷 세탁도 하고 말동무 대상도 생기지만 그 형 역시 이사를 갑니다.
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 고아원(보육원)으로 간 '코타로'는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듭니다.
하지만 친권을 빼앗긴 듯 보이는 아빠가 고아원 단체 사진에서 '코타로'의 얼굴을 발견하고 고아원에 들이닥쳐 난동을 피웁니다. '코타로'는 숨어서 이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친절한 누군가'가 보내는 생활비로 월세도 내고 보호자 없이 스스로 생활해 나가는 '코타로'. 아직까지 고급 티슈를 좋아하는 모습이 극중에 그려질 정도로, 돈이 없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 티슈를 먹고 생존한 '코타로'. 밤에는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중탕에서는 혼자 머리를 감기 어려워하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눈빛을 반짝거리며 삶을 끌고 앞으로 나갑니다.

'코타로;는 아버지에게 누가봐도 분명히 아동 학대를 당한 것이죠. 그럼에도 '코타로'는 자신이 강하지 못해서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엉뚱한(가정 폭력 자녀들의 공통된 혼란) 말을 할 정도로 아빠를 사랑합니다.
엄마가 자식을 만지기를 혐오하여 장갑을 끼고 아이를 만진 것은 엄마로서 말도 안되는 감정적 학대를 저지른 것이지만, '코타로'는 장갑을 끼고서라도 나를 만져주었다는 사랑의 증표라 생각하고 그 장갑을 소중히 간직합니다.
이렇게 기구한 5세 인생을 살아온 아이가 순수한 사랑으로 끝까지 부모를 사랑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습니다.
엄마가 4세~5세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간 것은 누가봐도 분명한 아동 유기.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자주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영아 유기, 베이비박스같은 이야기는 먼 이야기처럼 들려오지만 바로 주변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어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코타로'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가 집을 나가서 형제들끼리 다니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코타로'는 그들을 길에서 마주칩니다. 엄마가 남겨놓은 얼마 안되는 돈으로 두명의 동생을 돌봐야하는 형의 고통을 듣습니다. '결국 너나 나나 버려진거야!'하고 소리치는 형아에게 '아니야! 난 버려진게 아니야!'하고 목소리를 올리는 '코타로'.
수일 후, 어른들이 지나가면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결국 그 아이들은 보호소로 옮겨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극중 '코타로'도 비슷한 경로로 고아원에 도달했을 겁니다.

믿을 수 없는 코타로의 이야기, 일본 사회의 암울한 현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 일이고,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될 정도라니 믿어지십니까?
이 애니메이션은 동명의 만화책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의 어두운 현실이라는 것이야말로 믿기지 않는 현실입니다.
1998년 도쿄도에서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이 일어납니다. 어머니가 아동 4명만 남겨두고 집을 나간 사건입니다. 출생 직후 사망한 셋째 아이의 시신은 백골이 된 상태로 집 안에 있었고 그대로 아이들은 엄마의 도움 없이 약 1년 동안 방치됩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모티브가 된 사건입니다.
2010년 오사카의 한 맨션에서 오사카 아동방치 살해사건이 일어납니다. 3세 여자 아이와 생후 21개월 남자 아기를 두고 아버지와 엄마가 모두 집을 나가 아이들이 아사한 사건입니다. 이것도 영화화 되어 <굿바이 마마>라는 작품이 나옵니다.
이 사건들에 대해 나무위키에서 읽어보기만 해도 너무도 상황이 처참해 마음이 쓰라립니다. 이렇게 큰 사건들을 국가적으로 겪었다면 조금은 육아 인식이 개선되고 아동 복지가 좋아져야 하건만 2017년 보고에 의하면 아동 학대 신고가 너무 많아서 상담소의 인원이 부족할 지경에 이르릅니다.
그리고 현재 2025년. 아동들의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토요코키즈라는 말이 일본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라고 합니다.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가부키초의 토호 시네마 옆 광장에서 사는 노숙 아이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멘헤라'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단어의 뜻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토호 시네마 옆 건물에서 이 아이들이 투신 자살을 많이 하다보니 경찰들이 순회를 돌고 광장에 시설물을 세워 아이들이 자고 갈 수 없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초등생, 중등생 가릴 것 없고, 지뢰계라고 알려진 패션 트랜드로 자신을 표현하며 그냥 광장 바닥에서 잠을 청하거나 원조 교제를 통해 성매매를 하는 대신 호텔에서 투숙하며 가부키초라는 밤문화 거리가 가깝다보니 다양한 성범죄로 흘러갑니다. 틱톡과 SNS를 통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데, 몇몇 유투버들이 인터뷰해보니 가정 폭력 때문에 집에서 나왔다는 대답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답을 웃으면서 일상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동들이 보호받는 일본이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며 기원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
<코타로는 1인 가구>는 단순한 힐링 애니메이션을 넘어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의 좋은 예시이면서 동시에,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서로서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격하지 않게 부드럽게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감동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여운이 남는 메시지 덕분에 마지막 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코타로'의 표정과 대사들이 생각났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이 작품은 어쩌면 ‘함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을 찾고 있다면, <코타로는 1인 가구>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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