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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리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정신차렸구나 마블!! (스포)

by 피넛버터씨 2025. 3. 9.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2025.02.21 극장 개봉한 지 어느새 2주가 지났네요. 극장들에서는 슬슬 사라지는 중입니다.
제가 보고 온 롯데시네마 광명관에서도 거의 손님이 없어서 가장 작은 관에서 명목상으로만 상영 중입니다.
이 영화를 같이 본 다른 관객의 수는 약 6-7명. 언제 마블이 이렇게 됐을까요?
 
사실 마블 영화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영화 산업이 불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최근 말할 수 없는 비밀, 미키 17도 관람했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에 돌아다니는 인구 수 자체가 너무 없어서 텅텅 비어 보이는 것은 저뿐이 아닐 것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메가박스는 180억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봤다고 하고, CGV도 마찬가지로 고전 중입니다. 이유는 아마 넷플릭스 같은 OTT 때문이겠죠? 저만해도 영화관을 오랜만에 찾았으니까요. 티켓 가격 + 팝콘하면 기본 3만원인 시대가 되었으니 편안하게 집에서 잠옷차림으로 보는 영화를 택할 밖에요.
 

영화관의 침체, 마블에게는 불행일테죠.

마블은 디즈니 플러스가는 OTT 수익이 있으니, 다른 영화 제작사들보다는 상황이 좀 낫겠습니다만 그래도 다행보다는 불행이 맞습니다. 마블팬도 많이 있고 최근까지 영화 산업이 유일하게 활발했던 한국마저 영화 산업의 큰 위기를 맞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침체되기 직전인 2021년까지 마블이 계속해서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한국 마블 팬들은 대부분 실망했거나 돌아선 후라는 것이 또 다른 불행 요소입니다. 안 좋은 이미지가 마지막으로 남았으니까요.
 
이렇든 저렇든 다행인 것은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오랜만에 마블다운 영화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마블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마블이 마블했네!'라고 말하려면 어떤 영화여야 하는 것일까요?
 
 
 

Source: https://whatculture.com/film/10-best-fight-scenes-in-the-marvel-cinematic-universe?page=6

마블다움 1: 마블다운 재미가 있어야

우선 재미있어야 합니다. 오락적인 요소를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와칸다 포에버'가 한국에서 실망을 안겨준 것은 아마 우울한 전체적인 톤과 깊고 섬세한 감성 스토리로 인해 오락적인 요소가 적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와칸다 포에버가 나쁜 영화는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블답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마블다움 2: 만족스러운 액션 요소

마블 팬들이 특히 열광하는 요소는 잘 짜여진 액션에 대한 갈망에 있습니다. 유투브에 나오는 마블 레전드 영상들을 보면 히어로들이 멋있게 등장하고 멋있게 싸우는 장면들입니다. 히어로물은 본질적으로 싸우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액션이 잘 짜여지고, SF적인 요소가 최고의 CG로 구현되어 남성적인 멋짐을 뿜뿜 보여줄 때, 대부분의 마블 팬들은 희열을 느낄 것입니다.
 
액션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구현도 중요합니다. 아이언맨이 인기가 있었던 큰 원인 중 하나는, 매 화 업그레이드 되는 나노 테크놀로지와 아이언맨 변신 슈트, 베로니카, 자비에 등의 AI. 옷이 입혀지는 듯 보이는 아이언맨 변신 장면은 관객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접근이었기 때문에,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 하는 외마디 말을 뱉게 하는 것입니다.
 
또, 마블이 가장 잘 해왔던 것 중 하나는 액션의 템포 조절입니다. 느리게 지나다가 빠르게 터뜨리고, 빠르게 액션이 오가다가 느리게 총알이 지나가는 류의 감질나는 액션 구현은 CG기술이 그만큼 받쳐줄 때 소름끼치게 만족스럽죠. 마블은 그런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히어로의 능력을 훨씬 더 부각시키곤 했습니다.
 

Source: https://tribune.com.pk/story/2023892/last-scene-avengers-endgame-might-just-expensive-shot-film-history

마블다움 3: 완성도, 대중 영화 다운 만족감

마블 영화들, 특히 인피니티 사가의 영화들이 하나도 빠짐 없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영화적인 완성도에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멀티버스 사가에 들어오면서 영화 완성도가 하나, 둘 떨어지자 관객들의 마음이 돌아섰죠. 

*인피니티 사가와 멀티버스 사가가 궁금하다면 이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
 

 
마블 영화들은 보고 나면 짜릿한 만족감이 들기 때문에 흥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건 타이타닉, 캐치 미 이프 유 캔, 기생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클래식 명작들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마블 영화 관객들에게 있어, 완성도에 대한 열광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최근의 영화들이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무조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영화의 목표하는 바가 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바. 곧, 마블 영화가 노려야 할 완성도는 예술 영화를 향한 완성도가 아니라 상업 영화, 대중 영화로서의 역할을 150%하는 완성도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마블 영화를 보는 이유는 찝찝하거나 어떤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락 그 자체를 원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리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더 브레이브 뉴 월드를 보면, '정신차린 마블'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1. 마블다운 액션이 돋보였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영화 첫 시작부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2세대 캡틴의 화려한 장비입니다. 팔콘은 사실 혈청을 맞은 슈퍼솔저도 아니고 장비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비마저 다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 일반인 군인 출신인 샘 윌슨이 미국을 대표하는 캡틴 아메리카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점들을 톡 까놓고 영화의 서사에 이용하면서 와칸다에서 받은 신무기를 선보이는데, 선보이는 액션 씬들이 아주 휘황찬란합니다. 이게 마블다움 2의 좋은 예입니다.
 
위 트레일러에 짧게 표현되어 있듯이 와칸다에서 선물받은 새로운 윙은 비브라늄으로 방탄이며 엄청난 쉴드 능력을 보여주고, 날개 한쪽으로 슬라이스하는 멋진 액션이 종종 나옵니다. 특히 슬라이스 하는 액션씬들에서 제가 말한 마블다운 액션, 액션의 템포 조절이 기가막히게 표현되어서, 제 남편도 오랜만에 '오..'라는 외마디를 발사했답니다.
 

Source: https://marvelcinematicuniverse.fandom.com/wiki/Tiamut_the_Communicator

2. 큰 서사의 진보: 이터널스 이후 스토리 전개 (스포주의)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아이언맨, 와칸다, 닥터스트레인지를 통해, 나노 테크, 비브라늄, 멀티버스까지 탐색했기 때문이죠. 근데 이터널스가 나옵니다. 마블 세계관의 근원, 셀레스티얼의 이야기.

 
이터널스의 스토리
셀레스티얼은 우주를 만들고 행성을 만드는 신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행성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먹고 태어납니다.

지구의 역사 태초부터 이 지구라는 행성에 파견된 이터널스 요원들은 지구 행성 사람들에게 마음을 쏟으며 정이 들게 되고, 지구를 파괴해서 그 에너지를 먹을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막기 위해 이터널스 요원들이 분투를 벌이는 것이 이터널스의 스토리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세르시라는 이터널스가 다른 이터널스의 힘을 받아 셀레스티얼 탄생을 중간에서 저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위 그림의 장면처럼 셀레스티얼이 저 상태로 멈추고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가 파괴되는 저런 큰 일이 일어나는데, 어벤저스는 뭐 하는 거지? 세계 각국에서는 모르는 건가?"
 
이 떡밥을 2021년 이후 계속 건드리지 않더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드 뉴 월드에서 4년만에 이제야 회수합니다. 셀레스티얼 섬이 인도양에 나타나면서 이 섬에 있는 새로운 우주 자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각국이 독점할 것인지 공유할 것인지 정치적인 경쟁을 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스토리 진행이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속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셀레스티얼 연구를 통해 아다만티움이라는 비브라늄보다도 강력한 물질이 나타났다는 것도 새로운 서사의 서막을 알립니다.
 
와칸다 1편이 나오면서 비브라늄을 차지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나타난 것처럼, 아다만티움을 둘러싼 암투도 앞으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와칸다 때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와칸다가 비브라늄을 독점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서는 밀수를 하고, 세상 밖으로 퍼뜨리려고 노력하던 싸움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세계 각 나라들이 (미국, 일본, 인도 중심) 공평하게 나눠갖고 연구하는 조약을 맺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따라서, 반대로 공평하게 나눠갖자고 했는데 한 나라에서 독점하려고 하는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셀레스티얼과 아다만티움. 이 2가지로 인해 새로운 세상, 브레이브 뉴 월드가 시작된 것입니다.
 
 

3. 적재적소 등장한 버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점은 아무래도 2세대 영웅과 인물들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다 보니, 1세대 마블 팬들에게는 너무 새롭기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점을 정확히 캐치한 작가와 감독은 샘 윌슨이 '나는 스티브 로저스처럼 할 수 없어. 슈퍼 솔저가 아닌걸?'하고 고뇌할 때 윈터 솔저를 딱 등장시킵니다.

 

"스티브가 네게 그 방패를 준 건 니가 가장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너라서 준 거야."

 
 
이런 명대사를 하는데요. 이런 약간은 올드하지만 진실된 대사도 히어로물의 필수 요소가 아니겠습니까?ㅋㅋ 1세대 마블팬들은 아마 버키의 얼굴을 보면서 친근함을 느끼고 마블의 지난 영광과 캡틴 아메리카 2세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켰을 것입니다. 똑똑한 연출과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블랙 위도우 출신인 사브라라는 여자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나타샤를 연상시키면서 친근함을 더욱 첨가했습니다.

 
*윈터 솔저는 더 이상 피흘리고 싸우는 형태가 아니라 정치계에 입문하여 하원의원이 됩니다.

 

4. 1세대: 스티브 로저스+샘 윌슨 | 2세대: 샘 윌슨+호아킨 토레스

샘 윌슨의 원래 팔콘 날개를 물려받은 호아킨 토레스가 2세대 캡틴 조수로 등장합니다. 새로운 인물이죠. 최근 마블이 새로운 인물을 너무 많이 추가하다 보니, '또 새로운 인물이야?' 하는 피로감이 들 정도인데요. 그런 까다로운 작업을 줄리어스 오나 감독은 완벽히 해냅니다. 호아킨의 배경 이야기를 과도하게 집어넣거나 하지 않고, 성격은 촐랑대는 캐릭터로 잡아, 다른 무겁고 진중한 히어로들과 겹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굳이 겹친다면 스파이더맨) 이 인물에 대한 소개는 나중에 다른 영화에서 더 하면 되니까요.
 
급하지 않고 너무 야망을 비추지 않고 묵묵히 완성도를 채워넣은 줄리어스 오나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5.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스토리까지 연결

레드헐크는 마블 코믹스(만화책)에 나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 vs 레드 헐크 그림을 가져와 봤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레드헐크를 사용한 것은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예상 밖이었거든요.
 
인크레더블 헐크는 2008년 개봉하여 마블 세계관 속 옛날 영화가 되었습니다. 벌써 17년 전 영화라서 인피니티 사가를 사랑했던 마블팬들 세대의 영화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영화 스토리를 연장해 가다니? 예상 밖이었지만, 이번 영화는 반드시 흥행시키겠다는 마블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세대가 돌아섰다면 그 전 세대까지 불러오겠다는 노림수. 헐크는 출연시키지 않더라도 헐크 비슷한 레드헐크로 인피니티 사가 팬들에게도 친근감을 줄 수 있겠다는 계산.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무너진 헐크 여자친구 '베티'의 아버지를 다시 주목하면서, 그 아버지의 변화라는 스토리라인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사무엘 스턴즈를 악역으로 가져온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사무엘 스턴즈는 앞으로 다가올 어벤저스: 둠스데이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악역으로 보시면 됩니다. (로다주 x스턴스 기대해)
 
 
 
마블이 참 여러가지고 머리를 굴려 야심차게 반격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영화팬들이 잘 눈치채고 이제라도 돌아와야 할 텐데요. 마블의 팬으로서 그동안의 실수를 잘 만회하고 마블을 일으켜주기를 바라봅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제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운 마블영화였습니다. 앞으로도 마블이 정신 차리기를,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해 주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