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운드 오브 뮤직은 누구나 다 아는 명작이죠
그런데 요즘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보신 분? 하고 물어보면 본 사람이 몇 안 되는 것 같아요. 시대가 벌써.. 바뀌었..
티스토리 글감으로 가져왔더니 2017 개봉된 리마스터 버전이 뜨네요. 마치 8년 전 영화인 것처럼.
무려 1969년 개봉작입니다. 이 영화는 이제 지금 20대 후반, 30대의 부모님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가끔씩 이 영화를 보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개봉한지 56년된이나 된 영화가 2025년의 제 마음을 아직도 사로잡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직도 음악 교과서에 실리는 '도레미송'은 어떻게 이런 전설이 된 것일까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토리
이 영화는 1930년대 오스트리아, 나치 독일의 압박이 강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미 국가적으로 나치가 득세할 것이라는 예견이 팽배하고 나치 군대가 이미 간섭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오스트리아 국기를 걸기도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식민지 지배가 코앞에 와 있었습니다. 주인공 가족의 가장인 '본 트랩' 대령은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애국자였습니다. 얼마나 참담한 마음이었을까요?
게다가 '본 트랩' 대령은 아내를 잃은 후 슬픔에 빠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 일곱 자녀들을 엄격하게 군대식으로만 대하는 고지식한 아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부를 때는 호루라기를 불어서 자기 앞에 일렬 종대시키는 등, 일곱 자녀들도 따뜻한 가족애를 잃게 된 차갑고 엄격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런 가정에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마리아'는 잘츠부르크의 수녀원에서 수녀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지만, 활발하고 자유로운 성격 때문에 수도원의 규율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수도원에서는 '마리아'를 어찌해야할지 늘 고민이었고, 원장은 그녀를 수녀원 밖으로 내보내어, '본 트랩' 대령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도록 보냅니다. 엄격한 가정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규율을 익히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욱 성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자유롭지만 정의로운 성격이었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믿는 신념이 강했습니다. 때문에, '본 트랩' 대령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아이들에게 음악과 놀이를 가르치며 기쁨을 되찾아 줍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본 트랩' 대령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끝내 그녀의 따뜻함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점차 대령의 마음도 움직입니다.

'본 트랩' 대령은 당시 귀족 출신의 '엘사'와 약혼한 상태였습니다. 대령은 아이들을 돌볼 엄마가 필요했고, '엘사'의 가정은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본 트랩' 가문에 합류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따뜻함으로 물들이는 '마리아'에게 서서히 마음을 빼앗깁니다. 한편, '마리아' 또한, 자신이 하나님께 인생을 바친 수녀임에도 불구하고 '본 트랩' 대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수녀원으로 도망칩니다.
돌아온 수녀원에서 수녀원장은 '마리아'에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수녀가 되는 것만이 주님을 위한 일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 마리아'와 '본 트랩' 대령은 사랑을 확인하고 '마리아'의 수녀원에서 수녀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도 잠시,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결국 점령하면서 대령은 나치에 강제로 협력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오스트리아에만 충성하고자 하는 '본 트랩' 대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를 거부하고 가족과 함께 탈출을 계획합니다.
'마리아'의 교육으로 일곱 자녀들은 합창을 할 수 있었고 대령과 '엘사', 연회의 손님들 앞에서 여러번 공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 합창단으로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척하며 나치의 눈을 피하고, 잘츠부르크의 산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합니다. 영화는 그들의 자유를 향한 여정으로 끝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도 많습니다. 나치에 점령되는 오스트리아의 국가적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음악과 가족, 사랑, 그리고 용기를 빚어갔던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본 트랩' 대령의 둘째 부인인 실제 '마리아'가 1949년 발간한 자서전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실화와 다른 점을 꼽자면, 영화화하면서 '본 트랩' 7남매의 실명과 나이를 모두 바꿨다는 점과 가족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극적 허구를 추가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본 트랩' 일가는 미국으로 탈출해 버몬트주에 정착해 스키 산장을 운영했습니다. 자녀들은 그곳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오스트리아 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진 후 1940~60년대에 '트랩 패밀리(Trapp Family)'라는 이름으로 가족 합창단 공연을 했던 영상과 사진들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실제 '본 트랩' 가족이 공연한 영상입니다. 이후 손자, 손녀 세대가 이어서 '트랩 패밀리'로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실화에 기반했다고 하니 훨씬 깊은 감명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
순수한 가치를 쫓는 인물들
개인적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명작이 된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에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6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촬영, CG, 극본 작법으로도 제가 만족되지 못하는 하나의 구멍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계실 겁니다. 바로 순수한 가치의 표현입니다.

현대의 미디어 트랜드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악, 돈과 명예에 사로잡혀 좀비나 악마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묘사가 많습니다. 어쩌다가 평화로운 컨텐츠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비뚤어지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나올수록 더욱 유행하며, 그 어두운 현실이 너무나 느껴져 찝찝하거나 소름끼치는 느낌으로 마무리될 수록 잘 만든 영화라고 평가받으며 수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극한의 상태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에 급급합니다.
그게 비해 아름답고 부드럽게 모든 것이 묘사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당시 아카데미 어워즈에서 6개 부문 수상, 골든글로브에서 2개 부문 수상을 비롯하여 많은 상을 휩쓸었습니다. 지금 만약 이 영화가 나왔다면 이렇게 수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영화계가 트랜드를 겪어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것도 영화계의 하나의 트랜드이고, 100년만 지나도 이 트랜드는 바뀔지 모릅니다. 순수 예술이나 상업 예술이나 역사적으로 훑어볼 때 이러한 예술 트랜드의 대세과 판단 기준은 항상 변화하고 돌고 도는 것입니다. 저는 아름답고 부드럽게 묘사된 이 영화가 참 좋습니다. 그러나 단지 유아적으로 부드럽게만 묘사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나치 독일 시대입니다. 오스트리아인들에게는 다가오는 나치 군대들이 정말 처참하고 무서웠을 것입니다. 영원히 오스트리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과 독일의 억압, 감시. 자기 국가의 국기를 걸고 그 이름을 당당히 외칠 수 없는 시대 속에서도 순수한 가치를 쫓은 극중 인물들의 성격이 매력적인 것입니다.

'본 트랩'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성격도 어그러지고 가족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본 트랩' 대령.
그가 다시 가족을 사랑하고 '마리아'를 사랑하기로 결단한 용기
나치에 굴복하지 않고 오스트리아만 충성하고 싶은 그의 신념을 꺾지 않는 담대함과 긍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받을 수도 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의 책임감

'마리아'
군대식으로 운영되던 가족 속 무너진 자녀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연합시키겠다는 '마리아'의 강인한 의지
자신을 괴롭히는 일곱 아이들임에도, 남의 가정임에도 잘못된 자녀 교육은 두고 볼 수 없다는 '마리아'의 정의감
아무 것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들어간 '본 트랩' 대령의 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래, 재봉 기술 등 모든 것을 이용해 교육하는 '마리아'의 생활력과 끈기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끌려가지 않고, '이게 옳은 감정인가?'를 먼저 고민한 '마리아'의 지혜와 신념

수녀원 사람들
모두가 답이 없다고 혀를 내두를 때 '마리아'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 수녀원장의 사랑
수녀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경악할만한 일에도 '마리아'가 지혜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조언한 수녀원장의 인품
직접적으로 나치 군대에 대항할 할 수 없는 종교인이지만 '마리아'와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의 자동차를 고장내고 가족을 숨겨준 수녀들의 배짱과 용기

엘사
돈과 명예를 원해 '본 트랩' 대령에게 접근했지만,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엘사의 자존감
맥스 삼촌
비록 자신은 나치에 굴복하여 어색하게 나치식 인사를 하지만 '본 트랩'의 신념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합창대회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대담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가장 큰 매력은 지혜롭고 자존감이 높은 어른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지 않을까요?
초록색으로 작성된 문구들만 하나씩 떼어내어 현대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다면 DP, 경성크리처, 안나, 미끼, 검은 수녀들 이런 작품들이 될 겁니다. 그러나 <사운드 오브 뮤직>은 붉은 색의 결론을 가지고 순수한 가치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주제들. 흥미롭지 않나요?
요즘 영화나 드라마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 영화들도 나름대로 즐기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세상에 희망보다 어두움과 포기를 가르치는 작품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불편한 구석도 있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현대적인 미디어 트렌드가 지나갈 때까지는 계속 주기적인 시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희망과 인류애 수혈!)
숨겨진 명곡 추천
<사운드 오브 뮤직>은 명곡이 참 많습니다. 그 중 '도레미송'과 'My Favorite Things'은 너무도 유명한 명곡이죠. 그래서 잘 아시는 '도레미송' 말고 제가 사랑하는 명곡, 'Something Good'을 추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사랑을 하게 될 때,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겪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누군가와 사귀기 시작하는 청년들의 머리에는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멋진/예쁜 사람과 사귀면 나도 멋진 사람처럼 보일까?'
'이 사람 정도 수준이면 (괜찮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까?'
'이 사람의 능력이면 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와 '본 트랩' 대령의 사랑에 대한 반응은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나다니 내가 유년시절에 뭔가 잘한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그 특별함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우리는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며 얼마나 그 특별한 일을 감사하고 있을까요? 성숙한 사랑의 자세를 보여주는 곡인 것 같아 늘 마음 깊이 간직해 두는 곡, 'Something Good(한국판: '무언가 좋은 일')'입니다.
[마리아]
Perhaps I had a wicked childhood 나는 말썽쟁이 유년시절을 보냈기도 했고
Perhaps I had a miserable youth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기도 했지만
But somewhere in my wicked, miserable past 그 말썽쟁이에 우울했던 과거 속 어느 순간
There must have been a moment of truth 진실된 순간도 있었던게 틀림없어요
For here you are, standing there, loving me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Whether or not you should 내 앞에 서서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을 보니
So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내 유년시절이나 청소년기 중 어느 순간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했던 게 틀림없어요
Nothing comes from nothing 무에서 유가 나올 수 없어요
Nothing ever could 어떤 것도 무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So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그러니 내 유년시절이나 청소년기 어느 순간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했던 게 틀림없어요
[본 트랩]
For here you are standing there loving me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Whether or not you should. 내 앞에 서서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을 보니
[마리아]
So,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내 유년시절이나 청소년기 중 어느 순간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했던 게 틀림없어요
[본트랩 & 마리아]
Nothing comes from nothing 무에서 유가 나올 수는 없어요
Nothing ever could 어떤 것도 무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So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그러니 내 유년시절이나 청소년기 어느 순간
I must have done something.. 내가 무언가..
something good 무언가 좋은 일을 했던 게 틀림없어요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발이 너무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당신은 진지한가? | 영화 칼럼, 줄거리, 차별주의자 (7) | 2025.04.16 |
---|---|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밥친구와 기분 좋은 만남과 여정 (6) | 2025.03.28 |
영화 <파운더> 리뷰: 맥도날드 창업 실화 속 비즈니스 인사이트 (12) | 2025.03.23 |
봉준호 감독 최신작, 미키17 설명해드림 | 복제인간 SF영화 (9) | 2025.03.12 |
[리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정신차렸구나 마블!! (스포) (6)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