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
- 감독
- 마츠시게 유타카
- 출연
- 마츠시게 유타카, 우치다 유키, 이소무라 하야토, 무라타 다케히로, 유재명, 시오미 산세이, 안, 오다기리 죠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기도하고
요즘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역을 하신 마츠시게 유타카님이 아주 열심히 영화를 홍보하시기에
팬으로서 남편을 끌고 롯데시네마 광명으로 출동했습니다.
솔직히는 <고독한 미식가 여름휴가> 편이라던지
중편 정도 길이로 나온 콘텐츠는 봤지만
제대로 된 장편 영화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안 됐던터라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보러 갔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기분 좋은 영화로 탄생했더라고요.
영화보는 내내 참 행복하고 웃기고 기분 좋고 따뜻했습니다.
요즘 각박해지는 사회와 잔인해지는 미디어 트렌드 속에
이런 후시딘같은 영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시놉시스
(출처: 나무위키 )
우리들의 밥친구이자 프로 혼밥러 고로씨 인생 최대 위기 발발! 옛 연인의 딸에게 연락을 받고 파리에 도착한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는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을 꼭 다시 맛보고 싶다는 노인의 황당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고로 씨는 '잇짱지루'라 불리는 그 국물의 정체를 찾아 외딴섬으로 향하던 중 폭풍을 만나 한국의 이름 모를 섬으로 떠밀려와 불법 입국 소동까지 겪는다 이토록 험난한 모험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궁극의 국물에 도달하게 되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일본의 외딴섬, 한국 남풍도 및 거제도를 찍고, 다시 일본 도쿄로! 오로지 궁극의 국물을 위한 고로 씨의 맛있는 모험이 펼쳐진다! |
배역 정보
(출처: 나무위키 )
- 이노가시라 고로(주인공): (배우) 마츠시케 유타카
- 타키야마: (배우) 무라타 타케히로(村田 雄浩)
고로와 친분이 두터운 지인이자 동종업계인 수입 잡화상. - 마츠오 치아키: (배우) 와타나베 안
프랑스에 거주하는 고로의 옛 연인인 사유키의 딸. - 마츠오 이치로 (배우) 시오미 산세이(塩見 三省)
손녀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하는 마츠오 치아키의 할아버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먹었던 국물 요리를 다시 먹고 싶어서 고로에게 식재료와 레시피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
시호: (배우) 우치다 유키
한국령 남풍도에서 한국인 여성 커뮤니티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여성. 한국인 여성 커뮤니티와 대화할 수 있도록 통역을 맡기도 했다. -
산세리테 점주: (배우) 오다기리 조
중화라멘 산세리테의 점주. 시호의 남편이다. 도쿄에서 가게를 영업하고 있으며 요리 실력은 대단하지만 코로나19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가게가 망해가고 있을 정도로 인생과 모두 망가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로와 나카가와의 도움으로 프랑스에 거주하는 마츠오의 국물 요리를 되찾을 수 있었고 본인의 라멘 가게도 재영업하고 고고한 미식가 방송 출연까지 하면서 새로운 인생도 되찾았다. -
대니얼 핫타: (배우) 마이클 키다(Michael Keida)
서양인 해상 운송업자. 남풍도 여성 커뮤니티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군인인지 용병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며, 일본 팜플렛에서 핫타(八田)라는 이름이 공개되었는데 이름으로 추정해 보면 현재 일본 국적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본어가 매우 유창하다.
고독한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의 매력
혼자가 좋은 이노가시라 고로상은 이 시대 혼밥, 혼영, 집돌이/집순이들의 공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혼자 밥 먹으면서 유투버들의 먹방을 보며 마치 함께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내는 이 시대 문화에 아주 딱 맞는 프로그램이기에 한국인들에게 이렇게나 사랑받은 것이 아닐까요?
사실 <고독한 미식가>는 한국에 프로모션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보니 한국 팬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Channel J라는 한국 케이블에 등록되어있는 일본 채널에서 그저 자주 틀었을 뿐이었고, 알음알음 퍼져나갔던 것이 오늘날 이렇게 큰 영향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먹방 채널들과 콘텐츠들 가운데 <고독한 미식가>가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제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보자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먹방 유투버는 보지 않지만 <고독한 미식가>는 시청합니다. 한국에서는 <고독한 미식가>를 밥 먹을 때 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밥친구'라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밥을 안 먹을 때, 밥 먹기 전에 더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고독한' 파트가 아니라 '미식가'파트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음식을 정말 사랑합니다. 프로그램 인트로에도 나오듯이 현대인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의 창구라는 면을 '고로'는 참 잘 표현합니다. 골동품(을 주로 수입하는) 수입상인 '이노가시라 고로'는 회사원 복장으로 늘 혼자 영업을 다닙니다. 그리고 진상 고객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프다!" 하며 길거리에 우뚝 섭니다.
일단 배가 고프면 아무 것도 생각 안 나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얼음. 바로 "가게를 찾아보자!"하고 가게 찾기에 집중하는데, 아주 급한 발걸음으로 찾아 나섭니다. 위급함이 있습니다. '빨리 배고픔을 달래야 해!'하는 종종 걸음으로 두리번 두리번하다가, 작고 오래된 것 같아 보이는 가게들을 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상당히 깊이 고민합니다. 딱 맞는 완벽한 메뉴를 먹고 싶은 욕구도 강합니다. 한참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도 흘낏흘낏 보면서 정보를 수집한 후 음식에 입을 댑니다. 그리고는 음식에 대한 찬미. 거의 시 수준으로 다양한 표현과 섬세한 분석으로 맛있는 음식을 찬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로'가 음식을 즐기는 그 진짜 표정과 섬세하고 충분한 맛 표현을 즐기기 위해 <고독한 미식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식사 중에 보는 것이 딱히 달갑지 않습니다. 내 입에 다른 음식이 있으면 '고로'가 표현하는 맛 표현을 충분히 함께 상상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로' 역의 마츠시게 유카타님은 촬영 전날부터 식단을 조절하여 당일은 금식하고 배고픈 상태로 촬영한다고 합니다. 그 진짜 표정은 '시장이 반찬이다'의 찐 표정인 것입니다.
진정성있는 '고로'의 음식 사랑이 순수하고 진실되게 다가와서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먹방 유투버분들도 잘하시는 분들이 많고 많은 사랑을 받지만, 항상 진실되게 먹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보통 많은 양을 드시고, 매일 드셔야하는 직업이다보니, 인간이라면 항상 '고로' 정도의 미식 감상평과 표정을 하기에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먹방 유투버분들이 대량 음식을 먹을 떄, 유독 맛있게 먹을 때는 같이 기분이 좋아지지만, 대부분은 '저렇게 먹어도 건강이 괜찮으실까?' '억지로 드시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수반되는 것은 개인적인 성격인 것 같습니다. '고로'는 그냥 점심식사 먹는 컨셉이기에 그런 걱정이 들지 않아 편하게 보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 좋고 따뜻한 영화
요즘은 기분 좋고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예전 영화들을 찾게 됩니다. 며칠 전에 올렸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던지, 제가 감명깊게 봤던 일본의 고전 영화들을 보면 따뜻함에 마음이 녹습니다. 일본 영화의 트렌드는 한국 영화들과 색깔이 많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기분 좋고 따뜻한 영화'에서는 단연 한국보다 실력과 역사가 뛰어난 것 같습니다. 물론 슬픈 영화에도 조예가 깊은 일본 영화계.
강요 없는 네러티브
저는 그것이 강요 없는 네러티브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네러티브는 큰 의미로 스토리/스토리텔링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강요하는 네러티브(스토리)는 무엇일까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누가봐도 어떤 캐릭터가 음산하고 나쁜 역일 것처럼 생겼고, 그런 대사들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떨 때는 그 캐릭터가 나쁜 역으로 결론지어질 때도 있지만, '알고보니 착한 사람이었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본의 재미적 요소입니다. 한국 극본들은 대체로 이것을 잘합니다. 그리고 이 호흡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강타했던 <더 글로리>에서도 '하도영'이라는 역할이 결론적으로는 책임감있고 도덕적인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공개 된 파트 1 내내 나쁜 캐릭터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파트 1의 총 러닝타임은 384분 7초입니다. 6시간 24분을 봤는데도,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되기 때문에, 더더욱 파트 2가 궁금해지는 극본상의 전략인 것입니다.
음산한 음악, 어두운 조명 연출, 붉은 컬러감 또는 푸른 컬러감, 화면 속 인물 배치 구도 등 다양한 영상 기법을 더하면, 아무리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이나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관객들이 각 캐릭터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극본이 미리 설정해두고 유도하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강하게 유도하기에 약간의 강요가 있는 것이죠.
사실 <더 글로리>는 이 과정을 아주 스타일리쉬하게 계획한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법이 점점 흔해지고 다양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면서, 관객들은 점점 영화의 스토리를 즐기기보다 제작진의 의도를 간파하는 데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구성의 네러티브에 점점 익숙해지다보니, 요즘은 어떤 넷플릭스 시리즈를 봐도 '누가 나쁜 역이지?'를 유의깊게 추리하면서 보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더 이상 소파에 널브러저 편하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 볼만한 미디어 콘텐츠가 별로 없어졌습니다. 무려 10년전 '무한도전'이 아직도 OTT 플랫폼 상위를 차지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영화들도 이런 반전 기법을 사용합니다만 비교적으로 이 호흡이 짧습니다. 드라마에 경우 한 두 순간에 끝나거나 길게는 1~2회차 안에 반전이 정리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보다가 일본 콘텐츠를 보면 좀 촌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여기에서도 오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서스펜스가 사라질 때 비로소 관객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편하게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본 영화계가 지켜나가기 때문에 기분 좋고 따뜻한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은 단순하고 아주 세련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힐링 영화란 이런 것이죠.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
그런 의미에서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소파에 널브러져서도 볼 수 있고, 우울할 때 기분을 달래는 용으로도 볼 수 있고, 편안한 감상(easy-watching)용으로 가능한 영화입니다.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B급 수준의 영화도 아닙니다. 아주 잘 만들어지고 정성이 들어간 극본과 연출이 돋보이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인물들,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인물들
무의식적으로 야심찬 캐릭터들을 응원할 때와 소소한 행복을 찾는 캐릭터를 응원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확실히 소소한 행복을 찾는 쪽입니다. 그래서 '기분 좋은', '따뜻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고토 열도에서, 한국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현실에서 봄직한 옆집 이웃들 같은 친근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소소한 행복을 찾아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인물이 '시호입니다.
남풍도의 사람들 -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아픔이 있는 시호. '고로'가 맛있게 먹어주기만 해도 행복한 직원들
뭔지 잘 모르겠어도 일단 도와주려는 고토 열도 사람들
과도하게 친절한 '고로'씨, 그 코믹함
전 여친의 딸의 부탁으로 저렇게까지 고생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 중후반 내내 코미디 없이 코믹했습니다. '고로'역의 마츠시게님은 개그 꽁트를 해도 잘 할 것 같은 배우입니다. 아주 예의바르고 부탁을 거절 못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코믹한지. 이런 코믹함 때문에 영화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띄며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로'를 같이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일본의 문화인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이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와, 진짜 잘한다.'보다 '아, 뭔가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귀여워! 응원하고 싶어!'라는 한 평론가의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 영화였습니다. '고로'는 부당하고 진상을 만나지만 항상 열심히 합니다. 그 모습을 응원하게 되는 것도 한국 미디어에서 잘 느끼기 힘든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반가운 오다기리 조
한국 사람들이 잘 아는 미남 일본 배우는 기무라 타쿠야, 오다기리 조가 양대산맥이겠죠. 한국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오다기리 조가 잘하는 그 특유의 묘한 매력의 어두운 캐릭터를 역시나 잘 살려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대로 제 '밥친구' 역할을 몇번 더 해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밥친구 할 수 있는, 널브러져서 볼 수 있는, 진심이지만 정성껏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A급 영화들을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며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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