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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봉준호 감독 최신작, 미키17 설명해드림 | 복제인간 SF영화

by 피넛버터씨 2025. 3. 12.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미키17을 보고 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이라는 내임 벨류에도 불구하고, 개봉한 지 일주일만에 상영관 내부가 반 이상 텅 비어있어서 한국 영화 산업이 큰 위기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엄령, 무안공항 사태 등 나라에 큰 일이 계속 터지면서 범국가적으로 우울하고 다운되어 있는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또, 조금만 기다리면 다양한 OTT 플랫폼으로 나올텐데 티켓에 팝콘까지 인당 3만원씩 주고 보러 갈 이유도 없습니다. 관객들의 발길이 안 옮겨지는 이유도 십분 이해가 됩니다. 빨리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사람들의 기분이 환기되어야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들이 원래의 활기를 되찾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덕에 상영관을 전세낸 것처럼 편하게 돌비 사운드로 볼 수 있어서, 저 같은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면 너무 이기적일까요?😅

영화관의 따뜻한 팝콘, 롯데시네마의 치토스 팝콘을 포기 못하는 것도 제가 영화관 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Souce: https://www.dailyuw.com/arts_and_culture/recreation/review-mickey-17/article_9dbd48ca-f983-11ef-9984-ebc5d7c7ef91.html

오랜만에 보는 인간 복제 SF영화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미키7을 원작으로 하는 SF 영화입니다. 인간 복제를 다룬 이야기이고요. 애슈턴 작가의 세계관에서 특이한 점은 기억까지 복제할 수 있는 인간 복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이 기술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범죄 알리바이에 사용되었고, 그 결과, 지구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기술이라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지구 밖 행성에서만 사용 가능한 인간 복제 기술.

주인공 미키의 기억을 유지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이 미키17을 다른 복제 인간 영화들과 구별시키는 요소가 아닐까요? 보통 기억이 없고 생김새만 같은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이 흔했죠.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나라는 기억이 없는, 나도 아닌 남도 아닌 이상한 느낌의 복제인간이 많았습니다. 미키17의 세상은 기억을 벽돌 사이즈 기계에 업로드해두는 기술이 발명되어 있는 세상입니다. 미키를 새로 프린트할 때마다 업데이트된 기억을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 진정한 인간 복제인 셈이죠.

오랜만에 보는 복제 인간 영화. 그럼에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형태로 전개해 나갔다는 것 때문에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요?



Source: https://www.yahoo.com/entertainment/making-human-printer-multiple-robert-233039210.html

 
복제 인간을 가능케 하는 '인간 프린터'의 모습입니다. MRI머신 같이 생기기도 했고, 프린트되어 나오는 모습은 꿀렁꿀렁 나오는 것이 잉크젯 프린터의 모습을 연상시켜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처음 육체를 스캔하면, 스캔한 시점의 정보대로 인간을 몇번이고 새로 프린트할 수 있습니다. 스캔했던 시점에 뾰루지가 있었다면 그것도 똑같이 프린트된다는 설정입니다. 
 
이 기술은 '익스펜더블'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그것도 지구 밖에서만 사용이 허락되어 있는데요. 위험한 연구가 있다? 새로운 행성의 바이러스를 연구해야한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익스펜더블 인간을 사용해서 실험하고, 익스펜더블이 사망하면 또 복제인간을 프린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익스펜더블의 일입니다. 인간의 육체와 생명까지 ‘익스펜더블(expendable)’해지는 것입니다.

*expendable: 소모성의

 

봉준호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의 큰 서사인간의 추악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미키 17에서도 사람들이 주인공 미키의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고, 미키가 몇번이고 죽는 과정 속에서 죽음과 고통을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들, 자신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 "죽으면 어떤 느낌이야?"라고 시덥잖게 물어보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마음, 바닥을 보여줍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변신

미키17은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래 로버트 패틴슨은 독립영화들도 많이 출연하는 등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입니다만, 대중들에게는 트와일라잇의 예쁘고 잘생긴 뱀파이어, 해리포터의 선하고 마법 잘하는 선배 마법사. 똑똑하고 잘생긴 이미지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911 사태를 다룬 2010년작 Remember Me도 봤었는데요.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였습니다. 뭔가 비슷한 계열의 캐릭터죠? 슬픈 배경이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착한 매력남. 그런 이미지의 로버트가 봉준호와 만나면 어떤 느낌일지 그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잘생긴 남자 배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적이 있던가요?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친구의 말만 믿고 인생이 나락간 루저 인생, 부모나 가족의 안전망 없이 자란 보육원 출신 캐릭터, 사채 빚 때문에 지구 밖으로 도망가는 찌질한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Source: https://www.yahoo.com/news/mickey-17-review-bong-joon-202540877.html


이전 작품들에서의 로버트 패틴슨과 연결되는 느낌 한 가지는 착하고 불쌍한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마카롱 가게를 열기 위해 친구따라 사채를 썼을 정도로 순진하고, 자신은 익스펜더블이 되어 죽는 직업을 가질 때 자기만 쏙 빠져나가는 얄미움에도 그 친구를 미워하지 않을 정도로 착한 미키. 연구를 위해 독극물 가스로 죽임 당하면서도 '괜찮아.'라는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미키.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자기 목에 주사바늘을 꽂는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고맙습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하는 미키. 정말 미련할 정도로 착해빠진 불쌍한 루저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위 사진처럼 얼굴도 못 생겨보이는 효과.. 표정연기가 어디까지 가능한 거야..? (덜 잘생겨 보이도록 촬영 기술과 분장도 들어갔다고 합니다ㅋㅋ)

로버트 패틴슨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은 예쁘고 잘생긴 것을 벗어던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루저 연기에 거침이 없습니다. 미키를 계속 죽여서 17번째 미키가 탄생할 때까지, 로버트 패틴슨의 루저 연기는 목소리 연기까지도 완벽 그 자체입니다. 묘하게 힘이 없고 나른하고 의욕이 없는 목소리는 이 캐릭터의 성격이 어떤지, 그의 삶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가장 잘 알려주는 듯합니다.
 
또, 이 영화에서는 같은 사람을 17번 죽이고 18번째 복제인간까지 나오는데요. 복제했다고는 하나 1인 18역을 연기합니다. 그 중 미키 17, 미키 18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1인 2역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특히 영화 중반까지 옷도 똑같고 공간도 똑같은데도 불고하고 누가 17이고 누가 18인지 전혀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연기력을 발휘합니다.

 

Source: https://www.slashfilm.com/1804051/mickey-17-creepers-sci-fi-creatures-explained/

생긴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 크리퍼

봉준호 감독은 크리처를 즐겨 사용하는 감독입니다. 괴물에서도 옥자에서도 영화만의 독특한 크리처(생물)을 디자인하여 사용한 경력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크리처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크리퍼라는 생물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미지의 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하여 탐사하던중 인간들은 크리퍼라는 생물을 발견합니다. 이 생물이 처음 영화에 나올 때는 어찌나 징그러운지.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수의 새끼 형태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겉은 까만 크로와상 같이 생겼는데 안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징그럽게 생겼거든요. 인간들은 크리퍼가 인간을 잡아먹고자 하는 줄 알고 미키를 크리퍼 은둔지로 보내 생포작전을 펼칩니다. 저도 보면서, '아, 얘네들이 빌런이구나.' 단박에 낌새가 왔을 정도로 징그럽게 묘사가 됩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크리퍼들이 미키를 잡아먹지 않고 구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장면을 기점으로 화면 상에도 이 녀석들이 귀여운 느낌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ㅋㅋㅋ 특히 새끼들이 등장할 때는 펫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느낌. 바닥에 떨어질 때도 통통 튀어 오르고, 이상한 꾸르륵 거리는 소리로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 등. 이미지가 180도 바뀌면서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 미안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ㅋㅋ

 

알고 보니 크리퍼는 대화도 가능하고 청각도 뛰어나며, 전략적으로 거짓말도 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지적 생명체였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리서치 팀의 도로시가 통역기를 만들면서 이들과 실제로 대화도 가능해집니다. 크로와상 같은 껍데기 속에 감춰져 있던 눈도 비춰지며, 동등한 지적 생명체로서의 면모를 보이는데요.

 

또. 비슷한 느낌의 괴물을 사용한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외모로 캐릭터를 추측하게 되는 관객들의 편견을 딱 꼬집어주는 재밌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Source: https://screenrant.com/dont-worry-its-a-feel-good-movie-mark-ruffalo-previews-robert-pattinsons-new-sci-fi-movie-with-a-batch-of-set-photos/

마크 러팔러의 연기, 정치 풍자 노림수?

이번 영화는 마크 러팔러가 처음으로 하는 빌런 역이라서 또 의미 있는 영화일텐데요. 그런 중요한 사실보다 더 이슈를 만들고 있는 건 정치 풍자입니다. 이 캐릭터를 보면서 특히 미국인들은 특정 누군가(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연상되었다고 합니다. 케넷 마샬(Kennet Marshall)이라는 이름의 정치인 역할인데요. 어떤 부분에서 그러하냐 하면 말이죠. 

 

  1. 다혈질 적인 부분이 있어서 욱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 부드럽게 말하도록 아내가 옆에서 조언(간섭)을 많이 합니다.  -> 트럼프도 다혈질이며 직설적인 편

  2. 독재자 마인드가 있어서 니플하임의 군주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우주선 내에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릅니다. -> 트럼프도 자기 마음대로 정치하는 독재자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3. 어떤 종교 집단을 배후로 두고 있고, 그 교회의 후원으로 현재 위치에 오른 듯 합니다.
    ->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색을 짙게 띄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4. 영화에 나오는 케넷 마샬 팬들은 빨간 모자와 빨간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 여기에서 트럼프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사실상 확정..)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트럼프 모티브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공공연하게.. 읍읍)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하지는 않았고, 역사 속 다양한 정치인들은 섞은 결과이지만
각자의 나라에서 문제가 많은 정치 리더들로 투영해서 보시더라고요. 허허.

 

(Entertainmetn Weekly와의 인터뷰 中)

 

정치 풍자 의혹을 이렇게 정리하는 봉준호 감독입니다 :)

 

Source: https://www.nytimes.com/2025/03/06/movies/mickey-17-review.html

자존감을 찾아가는 미키의 여정

미키는 사실상 똑똑하거나 철학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미키는 되는대로 살고 되는대로 순응해서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추상적인 존재론적인 고찰은 하지 못할 미키. 그의 특징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입니다.

 

영화에 나온 내용들로만 정리해 보자면 미키는 우선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친구인 티모와 함께 부모가 없이 자란 성장 배경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거칠고 차갑기만 했던 세상이었겠죠.

 

친구인 티모는 그래도 잔머리가 굴러가는 타입입니다. 미키가 착하고 순둥이라서 대하기 편해하고, 실제로 영화 후반부에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미키를 죽이려고 하는데, 미키 18보다는 순둥이인 미키 17가 죽이기 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입니다.

 

이런 친구와 사업을 같이 하는 미키. 그 과정에서 친구 말만 듣고 사채를 쓰는 미키. 얼마나 순진한 캐릭터인가요. 요즘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아이고, 미키 불쌍해라.'라고 할 사람보다는 '저렇게 띨띨하니까 그런 꼴을 당하지'라고 할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아마도 미키는 그런 소리를 주변에서 듣고 살았을 확률이 높겠습니다.

 

익스펜더블에 지원할 때, 직원들은 이 직업이 위험한 직업임을 알려주고, 제대로 읽어보고 지원하는 게 맞는지 재차 확인합니다. 그럴 때도, 미키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나 '아차'하는 동요감 하나 없이 멍-하게 지원 절차를 밟습니다.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을까요?

 

익스펜더블로 일하면서 우주선에서 모진 실험을 당할 때에도 미키는 고통과 죽음에 순응합니다. 니플하임 행성에 도착해서 본인 몸으로 행성의 미확인 바이러스를 들이마시고 피 토하고 죽고를 반복하는 장면에서는 심지어, 자기 일에 대해 뿌듯해하는 듯한 표정, 열심히 하는 열정도 보입니다. 자기가 쓸모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소모품처럼 쓰고 죽이고 쓰고 죽이는데도, 쓸모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미키.

 

그리고 케넷 마샬이 주최하는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을 먹은 미키는 온 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과학부 리더는 고통을 받고 있는 이 타이밍에 우리가 새로 개발한 진통제를 실험해 보자며, 보라색 액체를 미키의 정맥에 주사합니다.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미키. 이렇게까지 실험실 쥐와 같은 일을 당하면, 케넷 마샬을 노려볼만도 한데, 미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자존감이 낮은 인간이 과연 존재할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네 현실에서도 아주 간혹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가 봐도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사회생활을 해야하고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싫어도 싫다고 말 못하고 무례해도 화내지 못하는 상황들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상황적으로 자존감을 낮추며 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임에도 미키17의 마음이 약간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지요.

 

Source: https://eurweb.com/2025/eur-film-review-mickey-17-is-pure-genius-video/

 

유일하게 미키에게 자존감을 확인시켜 주는 존재는 '나샤' 한 사람입니다. 우주선 식당에서 눈빛을 교환했을 뿐인데 아무 이유 없이 미키에게 마음을 준 나샤는 아무도 미키가 죽는 순간을 신경쓰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이 대신 방호복을 입고 미키를 끌어안고 그 곁을 지켜줍니다.

 

미키가 새로 프린트될 때마다 미키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미키 1부터 18까지 모두를 받아준 나샤는 미키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줬습니다.

 

미키는 마지막까지도 결국 자존감이 뭔지 잘 모르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나샤는 위원회장이 되어 미키 대신 인간 프린트기를 불법으로 만들고 파괴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줍니다. 미키는 끝까지 멍하고 멍청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끝나지만, 나샤에게 사랑받은 것으로 충분한 인생.

 

자존감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누군가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 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 마음에 '나는 소중해'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부터 부모에게 버려지고 세상에서는 바보취급만 당하고, 미키를 죽이려는 사람들에 익숙해진 미키도 나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존감이라는 것이 쌓여가겠죠.

우리들은 부모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사랑받고 소중히 여김을 받았음에도, 우리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ㅇㅇㅇ만 괜찮다면.'

'남자/여자친구가 좋아한다면 내가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지.'

'나를 짓밟고 무례하게 대하지만, 돈만 준다면 상관없어.'

 

미키보다는 더 사랑받은 인생이었을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치를 어떻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라는 것이 봉준호 감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Source: https://en.namu.wiki/w/%EB%AF%B8%ED%82%A4%2017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반복적으로 재프린트할 수 있는 기술은 어쩌면 영생불멸을 가능케 하는 기술인데도 영화 속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관심 없다는 점. 혼자 늙지도 않고 영원 불멸할 수 있는 미키를 아무도 부러워하기는 커녕, 실험실 쥐로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참 제한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것이 또한 인간입니다. 인간의 시선은 항상 제한적입니다. 어떤 것이 나쁜 것이라고 인식이 박히면, 그 속에 좋은 점들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 되어 버립니다. 반대로, 어떤 것이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안 좋은 요소들을 보지 못하도 불나방처럼 달려들기도 합니다.

 

미키의 자존감을 통해서는,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영화 속 사람들의 무감각한 모습에서는 '나는 모든 것을 편협하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한 영화, 미키 17이었습니다.